행정윤리::: 공직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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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논문
공직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 : 공무원의 영혼에 대한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by 윤견수
1. 막스 베버의 주장 및 한국 현실에서의 해석
- 공산주의가 붕괴되고 민주화가 본격화될 무렵인 1987년에,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의 통치이념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하느냐고 당시의 서울시장에게 묻자, “공무원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대해 상명하복의 책임이 있으며 정치적 중립을 따질 수 없다”고 대답하였다. 통치자권자와 다른 영혼을 가지면 안되는 것이다.
- 공무원의 영혼이 없다는 주장의 논거로 많이 활용되는 학자는 막스 베버다. 막스 베버는 일찍이 사회의 근대화와 함께 관료제라는 조직인 객관적인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데 ‘sine ira ac studio(증오나 애정없이)’ 직책을 수행하는 사람을 그런 전문가라고 하였으며, 관료의 명예는 상관의 명령을 마치 자신의 신념인 것처럼 받아들여 그대로 수행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베버의 본래 의도는 공무원이 영혼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근대화 함께 군사·재정·법률 지식을 갖고 새로 등장한 전문가들인 관료의 과도한 권력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 즉, 행정이 정치에 불필요하게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의 권한이 정치인의 권한을 넘어선다는 것 자체가 정치인을 선발한 민의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적 압력에 대해 행정이 얼마나 자율성을 가질 것인가의 관점에서 담론이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공무원의 과도한 권한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보다는, 행정을 정치권력으로부터 어떻게 독립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을 강조하였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여당의 선거운동원이 됨으로써 나타나는 사회적 폐해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은 대개 선거에 대한 간섭을 배제하는 것을 뜻했다.
- 민의에 의해 선출된 정치권력에 무조건 복종할 것인가, 그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항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공무원들에게 딜레마를 안겨준다. 그리고 이러한 딜레마는 공직에 대한 공무원의 정체성 혼란과 직결된다. 공직을 수행하는 것이 정치적 결정을 성실하고 능률적으로 이행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전문성이 비추어 그 결정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적)딜레마는 정치적 책임성과 관료의 전문성이라는 두 규범간의 긴장이기도 하고, 생존을 위해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현실과 그것이 자신이 축적한 경험지식과 상반될 때 나타나는 현실간의 충돌이기도 하다.
- 다수의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국민들은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 존재’라고 했던 고위공직자의 발언을 근거로 공무원을 비난하고 또 그러한 비난은 늘 정당화되어 왔다. 하지만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개념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공무원을 비난하면서 만들어졌던 다른 개념들, 예컨대 무사안일·복지부동 등의 용어에 비해 낙인 효과가 훨씬 큰 개념이다. 다른 개념들과 달리 ‘공무원으로서의 존재성’자체를 부인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개념은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공무원 스스로 자신을 옹호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2. 초록
- 이명박 정부 때 나타난 ‘영혼없는 공무원’이라는 표현 안에는 많은 쟁점들이 담겨 있다. 첫째,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표현은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만들어진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표현들 가운데 낙인효과가 가장 큰 메타상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것은 통치권력과의 관계에서 행정이 전혀 재량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둘째, 공무원에게 영혼이 없다는 것은 공무원으로서의 자아를 갖추지 못한 상황을 뜻한다. 자아 개념은 정체성의 가장 큰 축을 형성하기 때문에 영혼이 없는 공무원은 결국 공직에 대한 정체성이 없는 공무원을 지칭한다. 셋째, 공직에 대한 정체성이 없다는 것은 공공성을 수행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소명의식인 전문직업주의(professionalism)가 없다는 것이며, 이것은 공직자 집단 내의 행위규범과 집단윤리가 뿌리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무원에게 영혼이 있다는 것은 통치권력에 대해 최소한의 재량권을 행사하고, 공직에 대한 정체성과 전문직업주의가 구축된 상황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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